[역사 & 미스터리]호주 최초의 은행 강도

지역 재미있는 테마별 호주 역사

1. 배경: 죄수들이 만든 은행

1817년, 호주 최초의 은행인 **뉴사우스웨일스 은행(Bank of New South Wales)**이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호주는 화폐 시스템이 엉망이라 독한 술인 '럼(Rum)'이 화폐 대용으로 쓰이던 시절이었죠.

재미있는 점은 이 은행의 초기 고객과 직원 상당수가 **형기를 마친 죄수(Emancipists)**였다는 것입니다. "도둑에게 금고를 맡긴 격"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들은 호주 경제의 기틀을 닦고 있었습니다.

2. 사건의 발생: 1828년 시드니 은행 강도 사건

호주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은행 강도 사건'**은 1828년 9월 14일 일요일, 시드니의 조지 스트리트(George Street)에 있던 뉴사우스웨일스 은행 본점에서 발생했습니다.

  • 범행 수법: 이들은 대담하게도 은행 벽을 허물거나 문을 부수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제된 열쇠를 사용해 정문을 열고 들어갔고, 무려 3개의 철제 금고를 차례로 열었습니다.
  • 피해 규모: 당시 금액으로 약 14,000파운드를 털었습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이었으며, 지폐뿐만 아니라 대량의 금화와 은화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3. 범인은 누구인가? (죄수들의 완벽한 공조)

경찰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자들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고, 결국 4명의 죄수 출신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 치밀한 계획: 주범 중 한 명인 **조지 월턴(George Walton)**은 자물쇠 제조 기술을 가진 죄수였습니다. 그는 은행 근처에 방을 얻어 놓고 몇 달 동안 은행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열쇠를 복제했습니다.
  • 꼬리가 길면 밟힌다: 이들은 훔친 돈을 숨겨두고 조금씩 쓰려 했지만, 갑자기 큰돈을 쓰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와 장물아비의 배신으로 덜미를 잡혔습니다.

4. 역사적 의의: 금융 보안의 시작

이 사건은 당시 초기 정착지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 보안 강화: 이 사건 이후 호주의 은행들은 금고의 두께를 늘리고 야간 경비원을 고용하는 등 현대적인 금융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 기록의 보존: 당시 도난당했던 일부 지폐들은 나중에 회수되어 현재 호주 국립박물관이나 웨스트팩(Westpac) 은행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 은행은 훗날 합병을 거쳐 지금의 Westpac이 되었습니다.)

💡 여담

당시 강도들은 훔친 지폐를 처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지폐마다 고유 번호가 적혀 있었고, 당시 시드니는 너무 좁은 사회라 모르는 번호의 고액 지폐를 내밀면 바로 의심을 샀기 때문이죠. 결국 그들은 금화와 은화 위주로 사용하다 잡히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