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하] 쿠버 페디(Coober Pedy)의 지하 도시

지역 재미있는 테마별 호주 역사

호주 아웃백의 뜨거운 붉은 먼지 속에 숨겨진 **쿠버 페디(Coober Pedy)**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하고 매혹적인 지하 도시입니다. 지표면 온도가 50도까지 치솟는 가혹한 환경을 피해 사람들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곳이죠.

1. 이름의 유래: "구멍 속의 하얀 사람들"

'쿠버 페디'라는 이름은 호주 원주민어인 'kupa piti'에서 유래했습니다.

  • 의미: 직역하면 **"구멍 속의 하얀 사람(White man in a hole)"**이라는 뜻입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땅을 파고 그 안으로 쏙 들어간 백인 정착민들의 모습을 원주민들이 묘사한 것이 지명이 되었습니다.

2. 왜 지하로 들어갔나? (오팔과 폭염)

  • 세계 오팔의 수도: 1915년 이곳에서 보석인 '오팔(Opal)'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에서 광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오팔 공급량의 약 70~80%가 이곳에서 나옵니다.
  • 천연 에어컨: 아웃백의 여름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습니다. 하지만 땅속으로 4~6m만 파고 들어가면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일 년 내내 23~25도의 쾌적한 온도가 유지됩니다. 에어컨 없이도 완벽한 주거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3. 지하 도시의 구조: '더그아웃(Dugouts)'

쿠버 페디의 집들은 '더그아웃'이라 불립니다. 겉에서 보면 그저 환기구 몇 개만 솟아있는 언덕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적인 거실, 주방, 침실이 갖춰져 있습니다.

  • 지하 생활 시설: 이곳에는 지하 교회, 지하 호텔, 지하 미술관, 심지어 지하 서점까지 있습니다.
  • 독특한 부동산 확장: 방이 하나 더 필요하면 벽을 더 파내기만 하면 됩니다. 운이 좋으면 방을 파다가 벽에서 값비싼 오팔 원석을 발견하는 횡재를 하기도 합니다.

4. 영화 속의 그곳: "지구 같지 않은 풍경"

황량하고 기괴한 쿠버 페디의 지표면 풍경은 할리우드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 매드 맥스 3 (Mad Max Beyond Thunderdome): 오지스플로이테이션 영화의 전설인 매드 맥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 피치 블랙 (Pitch Black): 빈 디젤 주연의 SF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시내에는 촬영 당시 사용했던 우주선 소품이 여전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5. 골프장은 있지만 풀은 없다?

쿠버 페디에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골프장이 있습니다.

  • 잔디 없는 골프장: 뜨거운 열기 때문에 잔디가 자랄 수 없어 온통 모래와 자갈뿐입니다.
  • 야간 라운딩: 낮에는 너무 뜨거워 밤에 야광 공을 치며 골프를 즐깁니다. 또한, 이곳 골프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국의 명문 골프클럽인 '세인트 앤드루스'와 상호 호혜적 관계(Reciprocal rights)를 맺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